UX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있다면 ‘넛지’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최근 디자인계에서 행동경제학이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단순히 UX를 설계하는 방법을 넘어서, 왜 디자인적 사고에 집중해야 할까요? 이 글에서는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UX 디자인과 넛지의 관계를 흥미롭고 쉽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넛지 파이널 에디션 책의 내용을 통해 행동경제학이 어떻게 일상적인 디자인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세요.
왜 디자이너들은 행동경제학에 주목하는가?
최근 몇 년 동안 행동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분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행동경제학이 인간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UX/UI 디자인에서, 사용자의 경험을 최적화하고 더 나은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의 원리들이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디자이너들이 행동경제학에 관심을 갖는 주요 이유들입니다.
사용자의 비합리적 행동 이해
전통적인 경제학은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감정, 편견, 습관 등에 의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비합리적 행동의 이유를 탐구하고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디자이너들이 행동경제학을 배우면, 사용자들이 왜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 경험을 더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넛지(nudge) 기법의 실용성
행동경제학의 대표적인 개념인 ‘넛지’는 환경을 설계하여 사람들의 행동을 부드럽게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디자이너들은 넛지 기법을 통해 사용자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식단 앱의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거나,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보안 설정을 직관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러한 넛지 기법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데이터 중심의 사용자 연구
디자이너들은 점점 더 데이터 중심의 접근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적 실험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람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를 분석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디자이너들에게 사용자 연구의 기초 자료로 사용되며, 사용자의 실제 행동을 반영한 디자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디자이너들은 행동경제학의 실험적 방법론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사용자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데이터 기반의 디자인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행동 변화 유도
디자이너들이 행동경제학에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지속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회성 상호작용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동안 점진적으로 습관을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행동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동경제학은 작은 변화나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습관을 형성하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들은 사용자들이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개인의 행동뿐만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의 집단 행동을 이해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들은 사용자의 행동이 어떻게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고려한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 보호를 촉진하는 제품 디자인이나, 공공 정책과 연계된 디지털 서비스 디자인 등이 있습니다.
넛지와 디자인적 사고
넛지에 관련된 여러가지 서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럽고 유명한 책은 ‘넛지 파이널 에디션’ 입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방법을 설명한 책입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종종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적절한 환경 설계를 통해 그들의 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핵심 주장입니다.
이 책의 대표적인 생활 속 넛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밀레니엄 브릿지 쓰레기 문제 해결 사례
런던의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에서 발생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어디에 배치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기 전에 또는 다리를 건넌 후에 쓰레기를 버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리의 양 끝에 쓰레기통을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사람들은 여전히 다리 중간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자는 사람들이 다리 중간에서 멈추고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행동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사람들이 다리 중간에서 멈추는 지점은 템스강과 런던의 주요 랜드마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시각적 관심 지점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휴식을 취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다리 중간으로 재배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쓰레기통을 사람들이 실제로 멈추는 위치에 놓음으로써, 사람들이 쓰레기를 더 쉽게 버릴 수 있게 되었고, 다리 위의 쓰레기 문제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는 행동경제학의 대표적인 개념인 ‘넛지’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동 패턴에 맞춘 환경 설계가 어떻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공항 화장실 청소 비용 절감 사례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는 파리 모양의 작은 디자인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파리 디자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매우 전략적으로 배치된 요소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소변을 볼 때 특정 지점을 목표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파리 모양의 이미지를 소변기 중앙 부근에 새겨 넣음으로써 남성들이 그 지점을 겨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작은 시각적 유도는 소변기의 청결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파리 이미지를 포함한 후, 소변이 소변기 밖으로 튀는 비율이 크게 감소했으며, 이는 청소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례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유도하는 간단한 시각적 ‘넛지’가 얼마나 강력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작은 환경적 변화가 사람들이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이해하는 좋은 예시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UX 디자인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UX 디자인의 핵심은 사용자가 더 편리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넛지를 활용한 디자인적 접근은 사용자들이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작은 변화들로 행동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일상 속 UX 적용 사례
여기까지 행동경제학과 넛지, 그리고 UX 디자인에 대해 다소 딱딱하고 이론적인 내용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이제 조금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이론이 아닌 실제 생활 속에서 어떻게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을 UX 디자인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생활 속 넛지 사례는 저의 일상 속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족의 습관 바꾸기
제 남편은 오렌지 주스를 병째로 마시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결혼 전부터 이어온 이 습관은 위생적으로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특히 저는 세균에 민감한 사람이기 때문에, 남편의 이러한 행동이 저에게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남편에게 컵을 사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습관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지 않더군요. 제가 볼 때는 컵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제가 없을 때는 여전히 병째로 마시는 습관을 이어갔습니다. 단순한 요청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행동경제학의 ‘넛지’ 개념을 적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로 시도한 것은 자동개폐 물병을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물병은 세워져 있을 때는 뚜껑이 닫혀 있지만, 기울이면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원래는 뚜껑을 여닫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지만, 이 상황에 딱 맞는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병째로 주스를 마시려 병을 기울이면 주스가 쏟아져 버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컵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누구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저는 주스를 작은 200ml 병에 소분하는 방법을 추가로 적용했습니다. 작은 병으로 주스를 소분하면, 남편은 더 자주 주스를 꺼내 마시게 되었습니다. 큰 물병에 주스가 담겨 있을 때는 냉장고를 열고, 컵에 따르고, 다시 냉장고에 넣는 복잡한 과정이 있었지만, 소분한 병은 한 번에 다 마실 수 있어 냉장고를 다시 열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습관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후, 저는 남편이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를 점차 녹즙이나 집에서 직접 착즙한 과일 주스로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남편의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장기적인 넛지로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점진적인 환경 설계를 통해, 행동경제학의 원리를 활용한 일상적인 습관 개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관점
디자이너들에게 전하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는, 단지 UX를 설계하는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의 원리들을 이해하고 이를 디자인 과정에 적용함으로써,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적 사고는 문제를 정의하고, 공감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상한 후,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그들의 비합리적인 결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행동경제학과 UX 디자인의 시너지
디자인적 사고와 행동경제학은 UX 디자인에 있어서 강력한 도구입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깊이 이해하고, 환경을 설계하여 자연스럽게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단순한 디자인 이상으로 사용자 경험을 본질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접근 방식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디자인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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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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